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아무 생각 없이 재난 영화 하나 틀어볼까 했던 어느 밤이었어요. 그런데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몰입도가 엄청났어요. 고요한 새해 전야, 크루즈선 ‘포세이돈’에서의 화려한 파티. 그런데 갑작스레 들이닥친 **초대형 해일(로브 웨이브)**이 배를 뒤집어버리죠.
단순한 재난 영화라 생각했던 저에게 이 장면은 전율 그 자체였어요. 특히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선실, 거꾸로 된 복도, 선체 틈 사이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 그 순간마다 내가 저 배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재난을 그리는 기술적 연출도 수준급이었고, 대규모 CG가 그 당시(2006년) 기준으로 꽤나 현실감 있었어요.

인간 군상의 본능, 누가 살아남는가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이에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몰입을 주죠. 특히 조슈 루카스가 연기한 전직 해군 딜런, 커트 러셀이 연기한 전 뉴욕 시장 램지, 에미 로섬이 연기한 제니퍼 등, 각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생사를 좌우해요.
위기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 누군가는 희생하고, 누군가는 이기적으로 행동해요. 그 안에서 생기는 갈등, 신뢰, 때로는 애틋한 작별이 이 영화의 감정선을 끌어올립니다. 특히 물 속 장면에서 벌어지는 산소 부족과 수압, 그리고 좁은 틈 사이를 지나가는 긴장감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요.
2000년대 재난 영화의 스타일, 지금 봐도 유효한가?
포세이돈은 1972년 영화 《The Poseidon Adventure》의 리메이크작이에요. 그래서인지 당시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재난영화 공식’을 따르고 있어요.
초반엔 인물 소개와 파티로 분위기를 깔고
중반 이후부터는 긴박한 탈출 상황으로 전개
마지막은 구조와 살아남은 자들의 여운
요즘처럼 캐릭터 중심, 감정 중심으로 끌고 가는 재난영화들과 비교하면 다소 클리셰한 구조라는 느낌도 있긴 해요. 하지만, 그런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명확하게 메시지를 주고, 긴장감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_과감한 전개와 빠른 템포_는 요즘 영화들보다도 훨씬 긴박하게 느껴졌어요.
결론: 지금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난 탈출극
포세이돈은 단순히 ‘물이 배를 삼킨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과 선택을 다루는 영화예요. 그 안에서 생겨나는 희생과 용기,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믿는 마음이 더 깊은 감정을 줍니다.
요즘 OTT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올드 스타일 재난 영화의 미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포세이돈은 꽤 괜찮은 선택이에요. 무섭지만 눈을 뗄 수 없고, 단순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극장보다 더 몰입되는 집콕 환경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아마 두 배로 더 몰입하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