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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무정 - 스티븐 시걸 액션의 정수

by 슬픔의 바다갈매기 2025. 4. 3.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꽤 오래전인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이야… 옛날 액션 영화의 맛은 확실히 다르다.” 요즘처럼 복잡한 서사, 철학적 대사, CG가 난무하는 영화와는 달리, 《복수무정》은 정말 직선적이고 단순해요. 누가 봐도 “저놈이 나쁜 놈이고, 주인공이 복수한다”는 구조죠.

 

이 단순함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스티븐 시걸의 ‘진짜 주인공 미학’

메이슨 스톰. 이름부터 멋있죠. 주인공답게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는 다정한 가장이자, 정의로운 경찰이에요. 하지만 부패 정치인의 음모를 들키는 바람에 가족을 잃고 자신도 중상을 입죠. 혼수상태로 7년.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됐는데, 깨어나자마자 ‘복수’ 모드 돌입입니다.

 

이게 진짜 시걸 스타일이에요. 말보단 행동, 철학보단 주먹. 몸은 아직 덜 회복됐는데도 병상에서 팔굽혀펴기 하면서 다시 근육 되찾고, 휠체어 끌고 도망 다니며 복수의 불씨를 지피는 그 모습… 슬쩍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와, 저거 진짜 하면 되긴 하겠구나” 싶은 묘한 설득력이 있어요.

액션, 액션, 또 액션 – 근육으로 찍어 누르는 쾌감

요즘 액션 영화는 합을 맞춘 듯한 세련된 무술이 주를 이루지만, 이 영화는 정반대예요. 막 던지고 막 부수고 막 뻗어버리는 스타일. 특히 아이키도 기술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게 또 묘하게 멋져요. 상대방 손목을 비틀거나 관절을 꺾는 모습은, 소리 없이 ‘콰직’하는 그 타격감 하나로도 속이 뻥 뚫립니다.

 

사실 이야기 흐름 자체는 클리셰의 집합이에요. 악당은 고위 정치인, 주인공은 전직 경찰, 도와주는 간호사는 나중에 연인. 다 아는 구성인데, 그래도 보는 내내 집중이 되더라고요. 왜냐면 매 장면마다 액션이 터지고, 스톰이 진심을 다해 분노하기 때문이죠.

“블러드 뱅크로 데려가주지” – 전설의 대사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하나 꼽으라면, “I’m gonna take you to the bank, Senator Trent. To the blood bank.” 이 말이죠. 이게 진짜… 촌스러운데 멋있어요. 시걸이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이 말 할 때, 나도 모르게 “오…!”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약간 중2병 느낌인데, 영화 속에선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어요. 이게 바로 B급 액션영화의 미학 아닐까요?

다시 봐도 정겨운 90년대 감성

사실 지금 보면 투박하고 낡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화면도 다소 어둡고, 폭발도 작고, 싸움도 느릿느릿해요. 그래도 이 영화는 그 시절만의 감성이 확실히 담겨 있어서, 요즘 CG나 과장된 전개에 지친 분들에게는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어요.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살아남기 위해 팔굽혀펴기하고, 침대 난간으로 복근 운동하는 장면인데요. 그 장면 보면서 진짜 웃음 났어요. 말도 안 되는데, 왜 그렇게 멋져 보이는지. “아 저거… 나도 내일부터 운동해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결론 – 과장된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빠져드는 매력

《복수무정》은 단순해요. 복수극이라는 구조 외에 큰 반전도 없고, 철학도 없고, 복잡한 감정선도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됩니다. 아마도 스티븐 시걸 특유의 ‘과묵한 강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말보다 행동, 설명보다 액션으로 보여주는 남자의 이야기.

 

요즘 히어로 영화에 지쳤다면, 가끔은 이런 투박한 90년대 액션 한 편, 어떠세요?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그 시절 VHS 감성도 같이 떠올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